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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4일 오후 02:53

평등성 2019. 10. 24. 14:54


꾼은 싫다.
남편은 출장이라 친구 절에서 가는 성지순례를 따라갔다.
출발지로 가기위해 환승한 지하철안은 등산복 내지는 나들이 채비를 한 사람들이 거의 다였다. 놀랐다.
지상에서는 대형버스들이 마치 시위하듯 도로에 몰려나왔다.
친구를 만나서 우리가 탈 차를 기다리는 동안 또 한번 놀랐다. 인도에서는 아이스박스와 스텐레스 통들, 소주와 맥주박스들, 그외 필요품 등등 차에 싣고 여기저기서 고함치고 경적을 울리고 ㅠㅠ
관광이 꼭 그런 모습이어야하나?
우리가 탈 차가 왔다.
타자마자 사과. 대추. 김밥. 떡. 우유. 커피 더 생각도 안난다.
거절하다보니 친구에게 살짝 미안해 받아두었다.
목적이 성지순례다보니 차안에서 간단한 예불을 올릴텐데 예불은 언제 하나 했는데 먹을 것 먹고 떠들 것 떠들고
"우리는 할 일이 남았죠?" 라면서 예불시작됐다. 우선순위 따져 맞고 틀리다고 할 건 없겠지만 내 생각은 '예불먼저'가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송광사에 도착하니 사시예불이 끝날즈음이었다. 참배만 하고 염치없지만 공양을 먼저 했다. 아직은 초록이 보이는 넓은 창이 있는 식당에서 투박한 나무의자에 앉아 발우 모양 그릇으로 기억에 남을 소박한 공양을 했다.
드디어 약속된 일안스님과 만나 사찰 설명을 들었다.
송광사는 오래된 전각들과 나무들을 잘 데리고 산 것 같아 고마웠다. 설명이 끝나고 승보전으로 가서 기도를 했다.
신묘장구대다라니 14독 천수경....
기도가 끝나고 스님 표현을 빌자면 전차부대 같았다고ㅎㅎㅎ
쫌 어색하고 놀라신 것 같았다. 나도 또 놀랐는데 ㅎㅎㅎ
스님의 인솔로 주변 밀교 영항을 받은 대원사를 찾았다.
절 입구부터 티벳 약사여래불전과 박물관이 있었고, 빨간 모자를 쓴 석불들, 산신각대신 성모각이, 머리로 치는 대왕목탁, 어린왕자의 무대등등 군데군데 낯선 모습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순례가 끝나고 어느 적당한 공간을 찾아 자리펴고 어묵탕을 끓이고 먹고 마시고....아줌마들은 시공간을 틈타 양치하고 ㅜㅜ
아 ~~~순례가 다 이런 모습은 아니겠지...
계속 순례를 다니려면 나는 순진한 나?와 타협해야하나?
모르겠다.
마지막 스님의 한 말씀이 아직도 나를 슬프게 한다.
"오늘 두번 놀랐습니다. 기도할 때와 식사할 때.
여러분들은 꾼이라 생각됩니다. 불교가 결국 기도와 수행과 놀이가 하나가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님은 오늘의 광경을 보고 <꾼>이라는 한마디로 다 표현하신 듯 하다. 난 좋게 들리지 않았다. 꾼의 느낌은 좋게는 형식을 넘어선 전문가처럼 들리고 나쁘게는 목적만 있고 영혼이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나는 형식을 넘어서도 될 만큼 도가 터진 것 도 아니고 영혼이 없는 건 더 더욱 싫다.
결국 그런 꾼의 방향으로 가게되는구나 하는 스님의 한탄처럼 들렸다.
난 기도꾼도 싫고, 놀이꾼도 싫다.
스님으로부터
"참 아름다운 불자의 모습에 놀랐습니다."라는 말씀을 듣고 싶다.